##이미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먼저 영화를 보신 분들이 많겠지만..그래도 혹시나 해서 스포일러성 내용이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충무로에서 괴수물이 과연 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제작된 영화 괴물이었지만 봉준호 감독은 그 의구심을 확실히 없애버려주는 대단한 감독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군요..

사실 처음엔 헐리우드의 그런 것에 필적할만한 스펙터클하고 박진감 넘칠 그런 액션괴수물을 기대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단순한 액션영화도 아니며 개봉 전에 들리던 가족영화라는 말에서 쉽게 짐작가능할만 한 "괴물에게 잡혀간 딸을 구출하려는 가족애가 듬뿍 담긴 순수한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1. "끝까지 둔한 자식들..잘 살아봐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며 한 남자가 한강에 투신합니다. 그리고 맑게 개인 어느날..민주공화국이라고 명명되어져 있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상징이자 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인 한강 한 가운데에서 어느 날 정체불명의 거대한 괴물이 출연하여 사람들을 습격합니다.

그 괴물은 사람을 잡아먹고 대단히 위험해보이는 바이러스까지 살포하는 의심을 가지게 하는 바 응당 이땅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임에는 분명하겠지만..이 땅의 공권력은 근본적 사태 해결인 괴물의 퇴치보다는 오히려 괴물에 의해 피해를 당한 시민들을 통제하고 덮어두기 식 사태 수습에만 급급해 보입니다.

영화 내에서 한강의 기괴한 생명체인 괴물은 일종의 상징적인 조연급의 존재입니다.
영화 내내 시민들과 가족들을 괴롭히는 것은 정작 괴물 그 자체보다도 그로부터 파생되었다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핑계삼아 시민들을 억압하는 통제입니다.

과연 진짜 "괴물"은 무엇인가..

높으신 양반 행차에 가족 잃어 슬픔에 잠긴 장례식에서 마저 주변으로 밀려나야하는 일반 시민들의 현실..
전대미문의 급박한 사건 속에서도 이권다툼에 여념없는 방역업체와 그와중에 뒷돈을 요구하는 공무원..
옛 동료이자 후배를 팔아넘기고도 일말의 가책조차 없이 현상금에 대한 세금여부를 묻는..자본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버린 소위 386세대 통하는 인물들..
커다란 사건에는 제대로 된 대처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오직 미국에만 의존하는 무능함을 보여줌에도 아이러니하게 자국의 시민들의 정당한 시위에는 총력을 다해 효율적으로 진압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정부..
아니면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근본적 원인 제공자인 동시에 자기네들의 이권만을 위해 없는 바이러스까지 만들어내려 노력(?) 하는 미국..

이 모든 "부조리한 사회구조"가 진짜 괴물일 것입니다.

2. 영화 괴물에서의 가족들은 일반적인 TV드라마에서 생산되어지고 있는 그런 "단란하고 화목한 정상적인" 가족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그저 위에서 하는 일은 다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하시는 국가적 통제와 억압에 익숙해진 분이시고..
큰아들은 어딘가 모자란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작은 아들도 운동권에 매진하다 변변한 직장 없이 살아가고 있는 신세이며..
딸은 결정적 순간에 결정을 짓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겐 다들 하나 이상의 문제점을 안고있으며 누구하나 사회에서 주요한 장소에 위치하고 있는 이도 하나 없습니다.

괴물에게 딸을 납치당한 가족들은 끊임없이 딸의 생존을 외치지만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들이 묻습니다. 왜 이야기 하지 않았냐고..시민단체에는..경찰에는..정부에는..당신들은 왜 말하지 않았냐고..

그들이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야기함에도 듣지 않은 척하는 것일 뿐..
왜냐면 그들은 "소외"받았으니까..정부로부터..사회로부터..그리고 다함께 연대해야 할 시민들에게서 마저..

영화 후반부 뒤늦게서야 힘을 모아 거짓에 항거하기 위해 한강에 달려간 시위대들이 금새 허물어져버리는 모습에서 아직 제대로 성숙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네들의 연대성 부족한 시민정신을 표현해 주고 있는 듯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시위는 권리쟁취라는 주 의미보다는 당장 자기 자신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대중들로부터 완전히 외면받든지 아니면 즐겁게 어울려 놀 수 있는 하나의 문화행사정도로만 인식되는 분위기죠..)

3. 봉준호 감독은 영화 괴물을 통해 일그러진 대한민국 상에 존재하는 이런 "괴물"들을 있는 그대로 하나하나 짚어내어 평소에 그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가 어떤 것이었는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강 괴수가 탄생하게 만든 추악한 배경에서부터 괴물난동 사건 이후 드러나는 갖가지 부조리한 모습들..
이 모든 것이 단순히 감독만의 시각이거나 영화 속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현실공간이 아님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작 살인의 추억에서도 이번 괴물에서도 감독은 한국 사회의 이런 부조리에 대한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진 않아보입니다.

단지 살인의 추억이 시스템이 갖춰지기 이전 시절의 어두웠던 시절에 대한 냉소였다면 이번 괴물은 지극히 발전을 거듭해온 현재 상태의 사회를 비추고 있는 것이죠.

4.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렇게 겪어 왔으면서도 쉽게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들..
어쩌면 잊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스스로가 괴물의 퇴치를 포기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식사 중에 들려오는 심각한 뉴스(그것이 자신이 직접 연관된 중요한 사안에 대한 것임에도)를 그저 무관심하게 꺼버리는 것은..
이곳은 그런 것들이 일상이고 예전처럼의 여유로운 낮잠 따위는 꿈도 꾸지 못한 채 언제라도 총을 옆에 두고서 다시 같은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자기 스스로만이 두 눈 부릅뜨고 살 수 밖에 없는 사회라는 것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이 마지막의 뉴스를 무관심하게 발로 꺼버리는 장면은 역시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씨가 우리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 장면과도 오버랩 되더군요..쉽게 쉽게 모든 것을 잘 잊는..무관심한 시민들..)

가장 이색적인 것은 이렇게도 사회의 부정적 요소와 반미의 메세지가 강하게 드러나 있음에도 보수언론이나 보수논객들이 이렇다할 반항(?)을 하질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이 메세지에 대한 반박을 하지 않는 것인가..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인가..

덧글: 너무 메세지에만 중심적으로 감상을 썻는데 영화제작비 중 가장 많은 액수가 투입된 괴물의 CG는 수준과 움직임등은 기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면서 이 영화의 완성도를 극도로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단..마지막 화염 씬은 조금..^^ 하지만 설령 괴물 CG가 영화 전화면에서 모두 엉성했었다고 해도 별 다섯개는 충분히 줄 만큼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영화인 것은 분명한 것이죠..그리고 변희봉씨께 새삼 반했습니다..

덧글2: 괴물 목소리-오달수..푸하하~

2006/08/01 02:54 2006/08/01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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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괴물은 죽지 않았다 - 괴물

    Tracked from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블로그 2006/08/01 10:14  Delete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괴물'에서 괴물은 단지 조연에 그치고 있습니다. 괴물은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진짜 괴물 - 부조리한 사회, 연구자, 경찰, 386세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현실

  2. [괴물] 500자

    Tracked from 푸르미 세상 2006/08/01 15:27  Delete

    더이상의 칭찬은 필요없을 정도로 괴물은 개봉이전에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섭렵한 유일무이한 영화가 되어 버렸다. 반감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막상 스크린 속 괴물과 그에 투항하는 가?

  3. 괴물, 모성이 사라진 땅덩어리

    Tracked from 하이드 2006/08/08 01:01  Delete

    아직 나이가 이른데도, 능력이 부족한데도 성인이 되도록 강요받은 적이 있는가? 정상적인 가정이었다면 그런 일은 쉽게 겪어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란 이 땅덩어리에선 어쩌면

  4. ‘괴물’ 무엇보다도, 희망은 있는가

    Tracked from A FILM ODYSSEY 2006/08/15 21:40  Delete

    한강 교각들은 위압적으로 거대하며, 그 표정은 매우 어두우면서도 서늘하다.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는 음습하고 불쾌한 하수구들은 그 자체로 괴물에 가깝다. 이 정도의 싸늘한 풍경은 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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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rborday 2006/08/01 10:13  mod/del  write

    휴~ 보셨군요.
    대체로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으신 것 같아요. ^^

    • 레드몽키 2006/08/01 13:19  mod/del

      사회 고발성이라는 측면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던 것 같아요..그만큼 꽤 어려울 만한 이야기를 쉽게 잘 풀어내면서도 영화적 재미까지 더해진 멋진 영화 였습니다.

  2. 푸르미 2006/08/01 15:29  mod/del  write

    저도 변희봉씨 한테 반해버렸어요. 오달수씨 괴물 목소리는 최고. 앞으로 괴수 영화 단골 목소리 출현을 하실 것 같다는 확실한 예감이 들더군요. ㅎㅎ

  3. 대마왕 2006/08/02 01:29  mod/del  write

    빈 총을 쏘고 나서 저는 박해일의 날라차기가 다시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는데 말이죠(..)
    박해일씨가 화염병 던질 때는 벌떡 일어설 뻔했습니다.
    화염병이란 설정이 참 독특하면서도 가슴에 많이 와닿더군요. 여러가지로^^
    아.. 귀국 축하드려요^^/

  4. 지킬 2006/08/08 01:04  mod/del  write

    소시민들에겐 언제나 먹고 사는 문제가 최우선일 수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밥 먹자'란 말에 벌떡 일어나는 아이를 보면서 이거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순간 고민했었어요.